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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글쓰기] 캐릭터 - A군 - 첫 만남

키위90 2020. 4. 12. 16:28

나는 A군을 대학시절 강의실에서 만났다.

(이렇게 시작하니 무슨 러브스토리 같네요. 아닙니다....)

 

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.

 

문과대학 2층 강의실.

 

(저는 전공과목들이 정말 싫고 학점이 점점 망가지고 있던 상태라,

살 방법을 찾고 있었죠. 그나마 자신 있던 영어를 선택하여 영어영문학과 전공을

5개 이상 들었습니다)

 

한국문화인지 그 전공분들 성향인지 모르겠지만, 외부인을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였죠.

 

"타전 공생이니 혼자서 수업이나 집중해야지" 하면서 다녀야겠구나 했죠.

 

수업 2일째인가요, 그룹 액티비티를 교수님이 시켜서 조를 짜고 스피킹을 하는 거였는데,

전공생들은 저 맨뒤에 숨어있고 저와 모르는 2-3명이 맨 앞에 앉아서 어리둥절했죠.

 

(저는 솔직히 대학 수업이 싫었습니다. 저는 현실주의라서 제 삶에 도움이 안 될 거라는 건 애초에

잘라버리고 귀에서 차단해버렸습니다. 하지만 수업태도는 좋은 편이었죠.

항상 맨 앞에 앉아서 질문도 많이 하고 교수님들을 귀찮게 했습니다.

네 저는 미쳐 날뛰는 스타일입니다.

손들고 질문하면 웅성 되는 그런 분위기. 저는 익숙하지가 않네요.)

 

누구랑 팀 하지 하고 둘러보다 A군과 처음 인사를 하게 되었죠.

 

"안녕하세요 저는 공대 K입니다."

"아 저도 타전 공생이에요! 경영학 전공 A라고 해요, 친해져요!"

 

오옷 드디어 이 수업에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습니다.

 

A의 첫 이미지는 매우 friendly 하고 유쾌해 보였습니다.

장난꾸러기 얼굴에 짙은 쌍꺼풀은 장난기를 증명했다고 할까요.

짧은 샤기컷을 한 머리는 옅은 갈색 염색을 했고,

제일 인상적이었던 티셔츠.

Abercrombie & Fitch.

 

아베크롬비 티셔츠를 입었다 해서 A 군이라고 부르려고 한 게 아니라

첫 캐릭터이다 보니 알파벳 A로 한 건데 나름 맞아떨어졌네요!?

 

네 그는 항상 아베크롬비 티셔츠를 입었습니다.

 

옷 브랜드 회장이 못생긴 동양인은 입으면 안 된다고 했던 그 아베크롬비 맞습니다.

 

여기서 선입견이 마구 몰아 들어옵니다.

 

아베크롬비는 일단 좀 값나가는 브랜드로 알고 있으니,

A군은 부유할 거고,

한국에서는 아베크롬비 유행이 한참 지났으나 입었다는 건,

남의 시선에 신경 안 쓰는 당당한 스타일?

아베크롬비 마니아?

소중한 사람한테 받은 선물?

몸매가 자신 있어서?

 

알고 지내던 중 아베크롬비에 대해서 한 번도 언급을 안 했기 때문에 그 이유는 알 수가 없었던 게 참 아쉽네요.

 

키는 168 정도

웃음이 경쾌함

매우 활동적

초면에 나이를 묻고 본인이 3살 더 많을걸 알고 바로 말 편하게 하자고 함

(저는 개인적으로 이걸 잘 못합니다. 상대방이 먼저 하자고 해야 하는 편이라 나름 땡큐)

그는 저보다 3살 많은 형 치고는 미친 동안이었습니다.

누가 보면 신입생인 줄.

 

그렇게 옆에 배우 천우희의 눈을 닮은 여자애와 셋이서 조를 만들고 카톡을 공유했습니다.

 

영어실력도 나름 유창하고,

유머 코드도 괜찮았다.(괜찮았다라는 건 수업시간에 다들 웃게 만드는 수준?)

 

수업이 끝나고 나가는 길에 같은 방향이라 걸으면서 대화를 했는데

오 뭔가 앞으로 친해질 거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.

저 먼저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해서 인사를 했는데

그의 허름한 Incase 가방이 보였습니다.

 

네. 노트북을 사용하는 대학생이라면 집에 하나씩 있는 그 인케이스 맞습니다.

 

그의 인케이스는 색달랐습니다. 대표적인 색상 블랙, 그레이가 아닌....

 

물 빠진 쥐색?

 

또 상태가 매우... 음... 이렇게 표현해도 될까요.

 

거지 같았다.

 

그의 인케이스 가방의 패브릭은 세탁기를 강력 모드로 3시간 돌리고

잊어먹어서 한 일주일 동안 세탁기에 갇혀있던걸 대충 드라이기로 말려서 아침에 가져온 그런 느낌이었다.

 

여러 번 물어봤지만 그는 한심하다는 웃음을 보이면서,

 

"야 이거 한정판이야"라고 했죠.

 

 

아무튼 그와의 첫 만남을 이렇게 강렬하게 끝나고,

그다음 주는 맥주 한잔을 하면서 더욱더 친해지게 되었죠.

 

현재로서는 연락이 끊겼지만, A군 덕분에 저는 여행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떴습니다.

 

첫 해외여행을 떠나 먼저 간 A군과 함께했습니다.

 

 

꽤 오래된 기억이지만 하나하나 뇌에서 더듬어 보니 마치 어제 일인 거처럼 생생하네요.

 

 

감사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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